살면서 조금씩 깨닫게 되는 生覺, 암연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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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의 개연성
권혁주11-05 16:31 | HIT : 1,465 | VOTE : 14
백야의 개연성

첫 번 째 담배 한 개 비

그러니 몇 년 전엔 겨울에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설원을 달려본 기억이 있다. 기차는 끊임없이 창밖으로 자작나무를 보여주곤 했다. 자작나무는 땅에서 불쑥 솟은 창백한 손가락들처럼 서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일생에 한번 정도는 손가락을 입에 물고 창문을 바라보는데에만 시간을 쓰게 마련이다. 그때 나는 입안에 내가 만나보지 못한 어떤 밤 같은 것을 담고 있는 기분이었다. 나는 자주 손가락을 그 밤에 담그고 있었다. 내게 백야는 그런 기분으로 이해해야 할 것 같았다. 백야는 빛이 잠들지 못하는 세계가 아니라, 다른 빛을 보는 시간에 가까웠다. 조금씩 백야는 입 안으로 흘러왔다. 입을 열지 못하는 시간으로 가서 말들은 빛을 바꾸고 멀미를 하곤 했다. 나는 그런 입안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되어 가고 싶었다. 시베리아를 횡단하고 겨울의 고비사막을 지나 그 기차는 다시 북경으로 향했다. 그러니까 두어 달 동안 그때 나는 사람만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람과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겨울이 되면 죽을 때가 된 고비의 낙타는 자신이 만난 사람들의 입술을 기억하기 위해 봄까지 웃고만 있다는데, 나는 자꾸 돌아와서 그 생각이 났다. 나는 이제 입술을 기억하기 위해 살고 있는 입안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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