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적인 순간에 뱉어내는 노래, 시작(詩作)

     
권혁주 

(이곳은) 암연한 노래

이곳은 가끔씩 찾아오는 "시적인 순간"에 겨우 뱉어낸 것들을 모아둔 것입니다.
한 번 입밖으로 뱉어내면 배설물이 되고, 모든 배설물처럼 더럽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만약 누군가 내가 뱉어낸 배설물을 보고 있다면 창피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습니다. 이 곳 "시"라는 곳에 올려둔 제 배설물이 누가 볼까봐 부끄럽습니다.
혹자는 그러면 그냥 지우지 왜 떡하니 올려두고 있느냐? 라고 반문할 지도 모릅니다.
다시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비록 창피스럽지만 그게 바로 참된 '나'라고 말입니다.
저에게 '시'라는 것은 내가 '참된' 나와 맞닿았을 때 간신히 뱉어내는 배설물입니다.
마치 거대한 우주가 등을 두드려 겨워낸 구토처럼, 암연한...그런 노래입니다.
참고로 모든 시에는 뱉어낸 날짜가 적혀있습니다. 바로 그 날이었거든요.


   촛불파도

권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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