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적인 순간에 뱉어내는 노래, 시작(詩作)

     
권혁주 

한 줌의 나비

한 줌의 나비

언제 입관예배를 드리지 아홉시 열두시
요즘은 입관 후에도 예배를 드린다고 하던데
일찍 끝내고 싶다는 장모님의 침묵같은 대답
유가족들은 모두 참석해주시길 바랍니다
입관실 앞으로 엉거주춤 죄인들이 모여든다
마스크로 입을 가린 안내원이 상주를 찾는다
찬 기운이 엄습하고 침대 앞에 죄인들이 둘러선다
수의를 두른 장인어른은 마치 죽은 번데기처럼 차갑다
노잣돈을 조심스레 찔러 넣고 시신을 들어 관 속에 넣는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낯선 체온이 죽음처럼 저릿하다

향을 피고 절을 하고 곡을 하고 객을 맞고 밥을 내온다
꽃을 주고 절을 하고 돈을 넣고 객이 되고 술을 마신다

발인을 하던 날
아버님은 껍질을 태우고 한 줌의 나비가 되었다
허물은 버려두고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날아가소서

2010.12.19
고인이 되신 장인어른께 바치는 헌시


   수건이 없다

권혁주

   자화상

권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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