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조금씩 깨닫게 되는 生覺, 암연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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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발견(좋은생각 2014년 11월호)
권혁주09-14 16:32 | HIT : 696 | VOTE : 74
"맛의 발견"

만화를 그리다보면 취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나는 취재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평소에는 쉽게 할 수 없었던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편의 만화를 시작할 때는 새로운 세계에 입문하게 되고, 그 작품을 끝낼 때는 조금씩 성장한 내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환경만화였던 <그린 스마일>을 그릴 때는 느리게 사는 삶을 배웠고, 힐링웹툰 <움비처럼>을 그릴 때는 시인을 취재하면서 시심(詩心)에 심취했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완결한 <맛있는 철학>이란 만화는 나로 하여금 요리의 세계에 눈을 뜨게 해주었다. 본래 나는 가부장적인 분위기 속에서 자랐고, 어렸을 때부터 남자는 부엌에 출입해선 안 된다고 배웠다. 할머니는 언제나 시장이 곧 반찬이라고 하셨다. 반찬투정은 해 본 적이 없으며 음식은 언제나 주는 대로 잘 먹었다. 그러니 밥상 위에서 ‘맛’을 논한다는 것은 사치스러운 것이었고, 요리란 여성의 전유물처럼 나에게 그저 너무나 멀게만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런데 결혼하고 딸 아이의 아빠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어쩌면 <맛있는 철학>을 연재한 것도 우연은 아니었으리라. 취재를 하면서 요리에도 어떤 논리가 있다는 것을 배웠다. 요리라는 것이 단순히 레시피에 적혀 있는 그대로 따라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맛을 찾아가는 과정에 가까웠다. 맛이란 어떤 에너지와도 같아서 재료에 없던 맛이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재료에 담긴 여러 가지 맛을 요리라는 수단을 통해서 다양한 음식으로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따라서 요리에도 논리적인 인과관계가 존재했다. 이는 나에게 새로운 발견이자 깨달음이었다. 덕분에 <맛있는 철학> 이후에 요리를 취미삼아서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예전에는 음식을 한식, 중식, 일식, 양식으로 구분했는데 이제는 음식을 상큼한 것, 매콤한 것, 달달한 것, 바삭한 것, 쫀득한 것 등으로 맛과 식감을 중심으로 나누어 생각하게 되었다. 또 이제는 요리를 할 때 레시피를 참고만 할 뿐, 그대로 따라하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머릿 속으로 맛을 미리 상상해보고 어떻게 구현시킬 것인지 고민하면서 만들게 되었다. 한 그릇의 스파게티를 만들 때도 면발의 쫀득함을 살리기 위해 신경 쓰고, 토마토의 향긋함을 어떤 식으로 담아낼 것인지, 고기의 잡내를 없애기 위해선 무엇을 사용할 것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이쯤되니 문득, 왜 학교에선 한 번도 요리를 배운 적이 없었을까? 의문을 품게 되었다. 이렇게 실생활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고, 또 조금만 할 줄 알아도 삶의 질이 현격하게 달라지는 이 요리를, 왜 그 동안 난 전혀 모르고 살았던 것일까.  

■ 글 : 권혁주 (만화가)
《좋은생각》 2014년  11월호 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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