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조금씩 깨닫게 되는 生覺, 암연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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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인 것들에 대하여(청강갤러리 작가의말 2015.4.7)
권혁주04-08 00:52 | HIT : 442 | VOTE : 64
"시적인 것들에 대하여"

여러분 시를 좋아하시나요? 시라고 하면 좀 어렵죠? 그 동안 학교에서는 시를 이해하는 법만 배웠죠? (함축적 의미, 시적화자, 주제의식 등등) 이제부터는 시는 그냥 “읽고 느끼면” 끝입니다. 하지만 시를 읽었는데 아무런 느낌이 없다면 어떡하죠? 걱정하지 마세요. 그건 내가 그 시를 느끼지 못한 것이 아니라, 그 시가 나에게 아무런 느낌을 주지 못한 것입니다. 그런 시는 그냥 지나치셔도 괜찮습니다. 여러분의 시가 아니니까요.

소설이 장르적으로 서사문학이라면, 시는 장르적으로 고백문학에 속합니다. 이것은 마치 편지와 일기의 차이와 같아요.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본다고 생각해보면 이해되지 않는 것은 당연하겠죠. 왜냐하면 그 사람과의 공감대가 없기 때문입니다. 시라는 것도 결국엔 시인의 내밀한 고백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너무나 사적이고 내밀한 고백이기 때문에 은유와 상징과 같은 시적인 기교로 가려주는 거예요.

왜 시인들은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고 그렇게 어렵게 돌려서 말하는 것일까요? 그건 시인들이 누군가에게 발각되고 싶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어떤 시를 읽고 공감을 하게 된다면 “울림”이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사실 이것이 시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이제부터 시를 읽을 때는 그냥 읽고 아무런 느낌이 없다면 그냥 지나치셔도 괜찮습니다. 다만 아주 가끔 어떤 울림을 주는 시가 있다면, 그 시는 절대로 놓쳐선 안돼요. 울림을 주는 시가 있다면 그건 여러분에게 매우 소중한 순간입니다. 설령 그 시가 당장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소중하게 간직하시길 바랍니다. 언젠가는 그 시가 이해되고 내것이 되는 순간이 옵니다. 그때는 내가 “조금 더” 나다워지게 되는 겁니다.

내가 좀 더 나다워지는 순간을 저는 “시적인 순간”이라고 합니다.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이지만 동시에 여러분이 앞으로 살아가는데 어떤 깨달음을 주는 영원 같은 순간이기도 합니다. 그런 시적인 순간에 뱉어내는 것들은 모두 “시적인 것들”이 될 수 있습니다. 음악이든, 그림이든, 만화이던 상관이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시적인 것들을 만화로 그리고 싶습니다.

어떤 청년의 독일의 시인 ‘릴케’에게 어떤 청년이 “어떻게 하면 시인이 될 수 있는지” 물었다고 합니다. 그때 릴케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시밖에 생각나지 않는다면 자네는 이미 시인이야"라고. 릴케가 썼다는 시를 한 편 소개하면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젊은 시인에게 주는 충고" - 릴케

마음 속의 풀리지 않는 모든 문제들에 대해
인내를 가지라.
문제 그 자체를 사랑하라.
지금 당장 해답을 얻으려 하지 말라.
그건 지금 당장 주어질 순 없으니까.
중요한 건
모든 것을 살아 보는 일이다.
지금 그 문제들을 살라.
그러면 언젠가 먼 미래에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삶이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 줄 테니까.

■ 글 : 권혁주(만화가)
2015-04-07 청강갤러리 아트렉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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