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조금씩 깨닫게 되는 生覺, 암연한 생각

  * *
CATEGORY
闇 (1)
然 (46)
生 (3)
覺 (6)
人 (36)
物 (10)
言 (28)
文 (29)
詩 (30)
音 (13)
冊 (2)
講 (8)
畵 (13)
線 (5)
笑 (9)
劇 (20)
像 (44)
說 (3)
場 (3)
백야의 개연성
권혁주11-05 16:31 | HIT : 1,559 | VOTE : 35
백야의 개연성

첫 번 째 담배 한 개 비

그러니 몇 년 전엔 겨울에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설원을 달려본 기억이 있다. 기차는 끊임없이 창밖으로 자작나무를 보여주곤 했다. 자작나무는 땅에서 불쑥 솟은 창백한 손가락들처럼 서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일생에 한번 정도는 손가락을 입에 물고 창문을 바라보는데에만 시간을 쓰게 마련이다. 그때 나는 입안에 내가 만나보지 못한 어떤 밤 같은 것을 담고 있는 기분이었다. 나는 자주 손가락을 그 밤에 담그고 있었다. 내게 백야는 그런 기분으로 이해해야 할 것 같았다. 백야는 빛이 잠들지 못하는 세계가 아니라, 다른 빛을 보는 시간에 가까웠다. 조금씩 백야는 입 안으로 흘러왔다. 입을 열지 못하는 시간으로 가서 말들은 빛을 바꾸고 멀미를 하곤 했다. 나는 그런 입안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되어 가고 싶었다. 시베리아를 횡단하고 겨울의 고비사막을 지나 그 기차는 다시 북경으로 향했다. 그러니까 두어 달 동안 그때 나는 사람만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람과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겨울이 되면 죽을 때가 된 고비의 낙타는 자신이 만난 사람들의 입술을 기억하기 위해 봄까지 웃고만 있다는데, 나는 자꾸 돌아와서 그 생각이 났다. 나는 이제 입술을 기억하기 위해 살고 있는 입안을 떠올린다.

  추천하기   목록보기

NO S U B J E C T NAME DATE HIT   VOTE
84  신해철, "기나긴 초대장"     권혁주 2010·12·23 1826 38
83  디테일과 드라마     권혁주 2010·12·21 1349 35
82  warm / 아폴로18     권혁주 2010·12·21 1421 42
81  눈길만들기     권혁주 2010·12·14 1361 40
80  몽글몽글     권혁주 2010·12·06 1409 41
 백야의 개연성     권혁주 2010·11·05 1559 35
78  황지우,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권혁주 2010·11·05 1464 33
77  아빠는 왜?     권혁주 2010·10·17 1474 30
76  한창훈, 상처의 형태     권혁주 2010·10·07 1456 36
75  최규석, 좋은 만화가가 되는 비결은..     권혁주 2010·10·06 1517 35
74  만화vs영화     권혁주 2010·09·27 1463 36
73  호치민     권혁주 2010·09·27 1484 43
72  김별아, 지성의 궁극적 목적     권혁주 2010·09·12 1484 47
71  김경주, "내 워크맨 속 갠지스"     권혁주 2010·09·08 1536 30
70  김소연, "유쾌: 상쾌: 경쾌: 통쾌"     권혁주 2010·09·06 1685 34
69  시인을 영어로 하면?     권혁주 2010·09·01 3669 45
68  김기태, "소가죽 구두"     권혁주 2010·09·01 2207 28
67  프랑코 벨쥐만화(BD franco-belge)     권혁주 2010·08·30 2033 35
66  병맛에 대해서     권혁주 2010·07·09 1470 33
65  안철수     권혁주 2010·06·21 1463 36
64  기미노, "배려를 배운 적이 없다"     권혁주 2010·06·14 1591 42
63  눈이 오네 / 10cm     권혁주 2010·06·07 1718 40
62  부모와 학부모     권혁주 2010·06·07 1434 31
61  대니 그레고리, 약속에서 나오는 집중력     권혁주 2010·05·31 1501 33
60  서효인, "고시맛집을 위한 특별한 레시피"     암연 2010·05·24 1741 38

    목록보기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1][2][3][4][5][6][7][8][9] 10 ..[13]   [다음 10개]

Copyright 1999-2021 Zeroboard / skin by GGAM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