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조금씩 깨닫게 되는 生覺, 암연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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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효인, "고시맛집을 위한 특별한 레시피"
암연05-24 14:03 | HIT : 1,740 | VOTE :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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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효인(徐孝仁·1981년생)은 2006년 《시인세계》로 등단한 젊은 시인이다. 그의 싱싱한 시어는 각종 스포츠와 게임, TV와 영화 보기, 걷기 등 잡다한 취미 생활에서 태어난다. 바로 이것이 그의 시 창작의 레시피! 자신의 취미생활에서 소재를 찾아야 놀면서도 시를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해방된다고 한다. 그는 시를 통해 도시 하나를 만들고 싶어한다. 다양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스케치하면서, 소외 받은 사람들의 안부를 묻고 조명하는 것. 독특한 상상의 무대 위에 세워지는 구석진 삶의 단상들은 시인의 입을 통해 세상에 보도되는 것이다.

그는 '연골과 두골에 쌩 바퀴자국을 내고…신음도 없이, 쌔앵 찢어지는'('목격자') 미화원의 쓸쓸한 죽음을 본 그 현장의 유일한 목격자이다. '노점상 같은 겨울'('변신')을 나기 위해 토스트를 굽던 노부부의 시신이 이틀 뒤 한 장의 토스트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는 제보자이기도 하다. '리모델링 공사 현장의 점심'('감자의 낮잠'), 희망을 모른 채 불기만 하던 자장면 같은 노동의 현장에서, 아무렇지 않게 베어졌을 목숨을 다독이듯 껴안는 그의 언어는 슬프지만 따뜻하다.



'몸을 날려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는 구석'('FC게토의 이삼류 골키퍼')에는 정오의 희망곡이 들리지 않는다. 시인은 시를 통해 허기지고 헐벗은 영혼들에게 희망곡을 배달하고 부조리한 사회의 뒷모습을 날카롭게 쏘아본다.

《시인시각》(2008년가을호)에 발표한 '고시맛집의 특별한 레시피'는 전남대 주변 고시원 앞, 장사 잘 되는 어느 음식점을 모델로 한 것이다. 손님이 먹고 남긴 음식을 섞어 만든다는 소문이 돌았던 음식점의 김치찌개 비법은 무수히 드나들던 입술들에 있었다는 것. 누군가가 먹고 간 찌개에서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풀들이다. 선택에서 제외된 풀들은 7급과 9급의 삶을 꿈꾸며 몇 년째 고시학원에 머무는 고시생들이다. 두부와 대파를 걷어낸 뒤, 김치를 개운하게 합하고, 끓이던 찌개와 먹던 찌개를 사이 좋게 섞으면 그것은 한 무리의 동일한 개체가 된다. 끓이고 내오고 걷어내고 또 끓이는 긴장과 이완의 날들은 합격을 기다리면서 긴장을 거듭해야 하는 고시생들의 일상이 아닐까.

고시학원에 들어서는 순간, 학생들은 스스로의 맛을 9급이나 7급으로 업그레이드한다. 같은 시간표 아래 같은 생각으로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사회는 상상의 꽃을 피울 공간을 내주지 않는다. '대각선으로 읽히는 세상'('소년 파르티잔 행동지침')에 길들여지고 '발각되지 않게 속으로 조용히' 셈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주변을 돌볼 틈 없이 각박하게 살아가는 오늘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시인은 살가움이 사라진 아픈 세상을 걱정하며 '외롬과 서룸의 활자들'('역마의 버릇')을 끌어 모은다. 신안 압해도 외가에 있는 유일한 책이었던 《피노키오》를 다 외우고, 엄마와 끝말잇기를 하며 꿈의 노트를 채웠던 유년과 백일장에서 상을 받았던 학창시절의 추억을 소중하게 간직하며 시 쓰는 오늘이 행복하다는 시인. 늦은 밤, 오밀조밀한 희망의 언어로 시인의 도시를 설계하고 있을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



출처 : 조선일보 1월 12일 월
[출처] [이송희 시인의 호남의 시와 시인] 살가움이 사라진 아픈 세상을 걱정하다 <12> 서효인 |작성자 예쁜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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