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가 관찰한 것들, 외면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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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02.21 2018     

오전4:41
설연휴를 보내면서 본가와 갈등이 심해졌다. 어느덧 불혹의 나이에 접어 들었지만 여전히 스스로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느낄 때와 아버지와의 관계다. 나는 아빠가 무섭다. 오랜 시간을 존경한다고 생각했는데, 좀 더 정확한 표현은 "무섭다"가 맞다. 형은 그 이유가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에게 지속적으로 학대를 받아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학대'라는 표현이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했다. 그냥 좀 엄하셨지. 학대라는 표현까지는 좀 과하지 않나? 그런데 내가 직접 아빠가 되고, 아이를 키우면서 조금씩 자각하게 되었다. 아버지는 늦잠 자는 걸 싫어하셨다. 9시 넘어서 TV보는 것도 싫어하셨고, 어른에게 말대꾸하는 것도 싫어하셨다. 소위 "예의"라고 할 수 있는 기본적인 것들을 매우 강조하셨다. 아버지에겐 항상 혼나거나 혼나지 않거나, 즉 인정받는 것이 중요했다. 있는 그대로 '인정'받는 것. 우리 집에선 그것이 아들인 내가 아버지에게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이었다. 다시말해서 아버지에겐 '칭찬'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언제나 아빠에겐 더이상 혼나지 않을 정도의 인정을 받는 것이 최선이었다. 이젠 나도 아빠가 되어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게 되었다. 내 자식에겐 '인정'말고도 줄 것이 많다는 것을. 아이가 좋아하는 게임을 같이 할 수도 있고,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인형을 사줄 수도 있고,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같이 먹고 아이가 좋아하는 TV를 같이 볼 수도 있다. 설령 아이가 내 기대에 차지 않는 행동을 한다면, 내 기대의 수준을 낮추는 것이 부모된 사람의 마음이라 느낀다. 그런데 나는 아빠에게 이런 것들을 받아 본 적이 없다. 만화를 그리면서 또 한번 느꼈다. 내 만화에는 아빠가 잘 등장하지 않는다. 솔직히 아빠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별로 없다. 나에게 아빠는 언제나 남들이 보면 부러워할만한 소위 "자랑스러운 아빠"였다. 문득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 크리스마스 카드에 "사랑하는 아빠에게"라고 쓰면 지적을 받곤 했다. "사랑하는 아빠가 뭐냐, 존경하고 사랑하는 아빠에게라고 써야지." 그랬다. 아버지에겐 언제나 지적을 받거나, 혼이 났고 열심히 노력하면 간신히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가장 최근에 아버지에게 겨우 인정받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대학교수가 된 것이다. 3년 전 당시를 기억하면 아버지가 정년 하시던 해에 내가 교수가 되었기 때문에 시기적으로도 참 기막혔다. 그래서였을까 내가 교수가 되었을 때 아버지는 매우 기뻐하셨다. 그런데 참 얄궂은 것은 그렇게 기뻐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처음에는 뿌듯함인지 해방감인지 암튼 나쁘지 않았다. 내심으로는 이젠 더이상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억울함 감정들이 불쑥불쑥 올라온다. // 어휴, 일단 여기까지만 쓰자. 심리상담을 한 번 받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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